한 권의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비추는 거울이자, 한 목회자의 목양관을 형성하는 은밀한 젖줄이다. 신문 기획 코너 『목사님의 서재』에서는 삶과 사역의 길목에서 만난 책을 통해 텍스트의 바다를 노저어 온 한 목회자의 깊은 신앙과 삶의 고백을 들어보았다.
■책 한 권이 던진 질문, 목회와 선교를 향하다
목사님의 서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은 의외였다. 약 25년 전 읽었다는 김경일 교수의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제목만 보면 유교를 비판하는 책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목사님이 이 책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유교에 대한 비판 때문이 아니었다.책을 통해 우리 사회와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조선 500년, 근대화 100년, 우리는 유교 문화에서 얼마만큼 자유로운가?”라는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었지만 우리의 일상에 남아 있는 부조리와 답답함의 근원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목사님은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럽게 목회 이야기를 꺼냈다. 책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은 곧 자신의 목회를 돌아보는 거울이 됐다.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가부장제와 서열의식, 권위주의가 교회 안에서도 작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됐다는 것이다.“저 자신도 떨쳐내지 못했던 고리타분한 전통의식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됐습니다. 목회 현장에 자리 잡은 서열주의와 권위주의, 가부장적인 의식을 걷어내야겠다는 용기와 결단도 얻게 됐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책 한 권이 단순한 독서의 기억으로 남은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건강한 교회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으로 이어졌다.■책에서 얻은 질문, 선교로 이어지다대화를 선교 이야기로 옮기자 목사님의 표정에는 또 다른 무게감이 묻어났다. 최근 MMI(Maranatha Mission International) 이사장으로 섬기게 됐기 때문이다.MMI는 이슬람권을 비롯한 최전방 미전도종족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단체로, 현재 약 400명의 선교사가 함께하고 있다. “부족한 제가 이사장을 맡게 돼서 어깨가 무겁습니다.”겸손한 말이었지만 선교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분명했다. 선교는 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사역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그가 강조한 말씀은 마태복음 24장 14절이다. 모든 민족에게 복음이 전파되어야 한다는 주님의 말씀에 교회가 응답해야 한다는 것이다.“땅끝까지 복음을 증거하고 미전도종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주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목적이며 우리를 구원하신 목적이라고 믿습니다.”■사역보다 먼저 사람을 세우다선교사 훈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는 ‘관계’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많은 선교단체가 사역의 효율성과 현장 중심으로 훈련하다 보니 선교사들 사이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를 보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MMI는 사역 중심의 훈련을 넘어 관계를 세우는 일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계를 중시하고 관계가 돈독하면 열매 맺는 사역은 결과로 나타납니다.” 선교사의 사역 능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역하는 사람과의 관계, 공동체 안에서의 신뢰를 세우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다. 목회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공동체를 세워온 경험이 선교사 훈련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다.■가장 큰 결단, 미국을 내려놓다목회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미국에서의 목회를 내려놓고 현재의 교회로 부임했던 일을 이야기했다. 미국에서 안정된 목회사역과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청빙 요청을 받고 하나님의 뜻을 구했다. 그리고 응답을 확신한 뒤 익숙한 삶을 내려놓고 새로운 목회의 길을 선택했다.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고 부임했기 때문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고 부임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타성에 젖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그 말을 들으며 목회자의 책장에 꽂힌 책들이 단순히 지식을 위한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의 뜻 앞에서 결단하고, 그 결단을 삶으로 이어가는 과정이 목회자의 독서 안에 담겨 있었다.■다음세대에게 “선교는 선택이 아닙니다”마지막으로 선교를 꿈꾸는 성도와 다음세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묻자 다시 두 권의 책을 꼽았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와 고 하용조 목사의 『나는 선교에 목숨을 걸었다』다.특히 다음세대에게 선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선교는 교회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필수사항입니다.” 한국교회의 침체를 바라보면서도 목사님은 외형적 성장에 머물렀던 교회가 이제는 선교를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의 관심이 교회 안에만 머물지 않고 세계와 열방을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대화의 끝은 결국 교회의 본질과 선교에 닿아 있었다. 한 권의 책이 던진 질문은 목회자의 삶을 돌아보게 했고, 그 성찰은 다시 교회와 선교를 향한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었다.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다시 읽는 일인지도 모른다. 목사님의 서재에는 그렇게 읽고 고민하며 결단해 온 목회의 시간이 책과 함께 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책장 너머에는 오늘도 복음이 닿지 않은 곳을 바라보며 다음 세대와 함께 세계 선교를 꿈꾸는 한 목회자의 마음이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