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달이 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족의 의미를 떠올린다. 함께 식사하고, 시간을 나누며, 서로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부부의 모습은 이러한 기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오랜 시간 쌓여온 감정의 골과 깊은 거리감이 자리하고 있다.대부분의 부부는 갈등의 원인을 성격 차이, 생활 습관, 경제적 문제, 혹은 특정 사건에서 찾는다. 물론 이런 요소들도 관계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상담을 하며 반복적으로 확인하게 되는 사실은 갈등의 핵심이 ‘다름’ 자체가 아니라, 그 다름을 다루는 방식에서 발생하는 ‘연결의 단절’이라는 점이다.부부는 서로 다른 환경과 가치관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는 관계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고, 사랑을 느끼는 기준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대화를 통해 사랑을 확인하고, 어떤 사람은 책임감과 행동을 통해 사랑을 표현한다. 따라서 서로 다르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다.문제는 갈등의 순간에 시작된다. 많은 부부는 상대를 이해하기보다 설득하려 한다. 남편은 문제를 빨리 해결함으로써 관계를 안정시키려 하고, 아내는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음으로써 관계를 회복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남편은 “해결책을 이야기했는데 왜 계속 같은 말을 하느냐”고 답답해하고, 아내는 “내 마음은 듣지 않은 채 문제만 해결하려 한다”고 서운함을 느낀다.결국 두 사람 모두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가가면서 오히려 더 멀어지게 된다. 관계를 위한 노력이 상대에게는 외면처럼 느껴지는 아이러니가 반복되는 것이다.상담에서는 이를 ‘정서적 단절(emotional disconnection)’이라고 말한다. 정서적 단절이 길어질수록 부부는 점점 대화를 줄이고, 기대를 낮추며, 관계에 에너지를 쓰지 않게 된다. 같은 공간에 살아도 마음은 점점 멀어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싸움조차 하지 않는다. 관계를 포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이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반응은 침묵과 회피, 그리고 감정의 폭발이다. 한 사람은 갈등을 피하기 위해 말을 줄이고, 다른 한 사람은 답답함 속에서 더 강한 표현을 하게 된다. 그러면 상대는 더 숨고, 한쪽은 더 크게 소리치게 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될수록 관계는 점점 소진된다.하지만 회복의 방향은 분명하다. 상담에서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정서적 재연결’이다. 다시 서로의 감정을 묻고, 끝까지 들어주고, 그 감정에 반응하는 경험을 회복하는 것이다.특히 중요한 것은 듣는 태도의 변화다. “왜 그렇게 했어?”라는 질문은 상대를 방어하게 만들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공감은 마음의 문을 연다.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는 순간 비로소 다시 연결될 수 있다.관계는 거창한 변화로 회복되지 않는다. 하루 한 번 진심으로 안부를 묻는 말, 상대의 표정을 살피는 관심,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태도 같은 작은 행동들이 관계를 다시 살려낸다. 결국 사랑은 특별한 이벤트보다 ‘지속적인 관심’에 더 가까운 감정이다.성경이 말하는 사랑 역시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며 행동이다. 사랑은 상대를 바꾸려는 시도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품으려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작은 선택들이 쌓일 때 관계는 다시 살아난다.많은 부부는 관계가 무너진 뒤에야 회복을 시도한다. 그러나 상담 현장에서 확인되는 중요한 사실은 관계는 끊어진 뒤에 고치는 것보다, 끊어지기 전에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이다.가정의 달을 보내며 가족을 위해 무엇을 더 해줄지 고민하기 전에, 먼저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면 좋겠다.“나는 지금 배우자의 마음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그리고 “그 마음을 얼마나 진심으로 들어주고 있는가.”어쩌면 그 질문이야말로, 다시 연결되는 관계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최종편집: 2026-06-06 09: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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