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家庭)이라는 한자에는 흥미롭게도 안락한 내부 공간을 뜻하는 ‘집(家)’과 세상으로 열린 소통의 공간인 ‘뜰(庭)’이 모두 담겨 있다. 안으로는 서로를 포근하게 품어주고, 밖으로는 온유하게 소통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공동체가 바로 가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정은 바쁜 일상과 관계의 단절 속에서 그 의미가 점차 약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위기 속에서, 가정을 ‘함께 신앙을 살아내는 선교적 공동체’로 바로 세우기 위해 5년째 특별한 축제를 이어오는 교회가 있어 교계의 주목을 받는다.
거제시 고현로에 위치한 신현교회(담임 서용진 목사)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한 달간 ‘아가페(아름다운 가정세우기 페스티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올해로 5회째를 맞이한 이번 축제의 주제는 ‘RE:MEMBER(리멤버)’. 기억을 공유함으로써 가족과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자는 취지다.
서용진 담임목사는 “기억은 공동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며, “가정 안의 사랑과 신앙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고, 교회 공동체 안에서 다음 세대와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목회적 소회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신명기 32:7)’는 성경 말씀을 중심에 두었다.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믿음의 유산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 가정이 가진 본연의 신앙적 가치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올해는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복고(Retro)’를 드레스 코드로 지정해 축제의 재미와 깊이를 더했다.축제의 서막은 지난 5월 1~2일 전주와 곡성으로 떠난 ‘아름다운 가족 기차 여행’이 열었다.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도착하느냐’보다 ‘과정 속에서 얼마나 즐거웠느냐’에 가치를 둔 이번 여행에서, 참가 가족들은 복고풍 의상을 맞춰 입고 기차 안에서 대화를 나누며 잊지 못할 추억의 페이지를 장식했다.
이어 3일 어린이 주일에는 교회 전체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교우 봉사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다양한 놀이와 체험, 먹거리 부스가 교회 곳곳에 마련되어 다음 세대를 격려하고 축복하는 장이 되었다.
10일 어버이 주일에는 ‘가족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복고풍으로 꾸며진 포토존에서 성도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가족이라는 사실의 눈부신 확인’을 한 컷의 사진으로 남겼다.
가정의 영적 회복을 위한 내실 있는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17일 주일에는 최복순 교수(부산장신대)를 강사로 초청해 ‘아름다운 부부’ 세미나를 개최했다. 삶의 자리에서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솔직하게 나누고, 하나님의 언약 아래 가정이란 울타리가 가진 영적 의미를 되새기는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었다.
오는 30일(토)에는 동화 〈경태의 병아리〉,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의 저자인 김용세 작가를 초청해 ‘BOOK돋움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다. 부모와 자녀가 책을 매개로 서로의 마음을 북돋우고 공감하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신현교회의 아가페 페스티벌이 지역 교계에 주는 시사점은 크다. 일회성 이벤트나 보여주기식 행사를 탈피해, 성도들의 삶의 첫 번째 자리이자 선교지(Field)인 가정을 영적으로 재생산하는 목회적 시도이기 때문이다.
교회 관계자는 “우리가 세상으로 보냄을 받은 선교적 교회의 사명자라면, 가정은 그 사명을 감당하는 가장 첫 번째 장소”라며, “단절이 깊어지는 이 시대에 교회가 가정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믿음의 유산을 이어가도록 돕는 징검다리 역할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행사 중심의 사역에서 벗어나 가정을 ‘함께 기억하고 살아내는 공동체’로 전환하려는 신현교회의 아름다운 몸짓이, 무너져가는 현대 가정들을 세우는 건강한 목회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